2024년을 마무리하며,
최근 며칠 간 제 머릿속을 잠식했던 커리어에 대한 고민, 특히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을 글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제 자신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는 평어체로 적어 내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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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next step에 대한 고민은 크게 몇 가지의 굵직한 갈래들로 표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 로봇을 진지하게 공부해보고 싶다.
2. 글로벌 사업을 하고 싶다.
3. 내가 정말 빅테크를 원하는가?
최근, 이 세 가지에 대한 생각이 갑자기 눈덩이 불어나듯이 커지면서 다른 일들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 정리도 할 겸, 2024를 마무리하며 2025의 계획, 더 나아가 더 먼 미래의 그림도 그릴 겸,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제 next career을 정리야겠다고 생각했다.
고민의 시작은 1번, 로봇을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나는 약 10년 전부터 로봇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로보틱스를 공부하는 게 꿈이었고, 실제로 로봇공학과 진학을 고려하기도 했다.
특히, 로봇의 뇌에 관심이 많았다.
공상과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그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를 꿈꿨고,
조금 더 현실적으로 풀어보면, 로봇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그 의사결정의 결과로 어떠한 action을 선택하는지 (어떤 말을 뱉는지, 어떠한 행동을 취하는지)에 큰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학부에는 로봇공학과가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내가 가고자 하던 대학들에는 아예 없었다.) 그렇게 컴퓨터 관련 학과에 진학했고, 대학 2학년 때 친구 따라 서비스 개발을 시작해 3학년 때부터 회사에서 서비스 개발자로 일하다 보니, 벌써 만 3년을 꽉 채운 서비스 개발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약 1년 전부터 다시 로봇을 공부하고 싶어졌다.
그 트리거는 단 한 영상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RsDtRhHnOg
이 영상을 보고 난 이후에 잠시 잊고 살던 AI로보틱스의 꿈이 다시 살아났고, 로봇을 공부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나를 받아줄 로봇 회사에 들어가서 처음부터 일을 배우고 싶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현실성이 없다.
그래서 로봇공학 대학원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지금 회사에서의 벌이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것도 현실성이 없다.
그러다가 조지아텍 온라인 석사를 알게 됐고 Computer Science 전공에 Robotics 세부 트랙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이 공부를 해볼까 고민 중이다. 이 과정이 AI 로보틱스 학습으로서의 가치가 얼마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열려 있는 전공과목이 specific한 로보틱스가 아니라 broad한 Computer Science 과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하지만, 항상 꿈과 현실은 다르다.
내 지금의 현실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그중에서도 서비스 백엔드 개발자다.
다시, 현재의 이야기로 돌아가,
물론 나는 앱 클라이언트 개발과 서버 개발을 매우 즐겼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와서도 집에서 취미로 사이드 프로젝트 개발을 할 만큼 그 당시 내 삶에서 손에 꼽게 즐기는 것 중 하나였다.
(항상 취미가 많던 나로서는 하나에 이렇게 하루 온종일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었다)
그렇게 회사에서도, 회사 밖에서도 서비스들을 만들어 나가고, 기술적으로 많은 걸 배우다 보니, 이제 대부분의 기능은 어떻게든 구현할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 하지만, '잘' 구현하는 건 다른 얘기다. 그래서 최근 1년 간은 성능을 고려하고, 생산성을 고려하고, 대규모 트래픽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이면서 잘 읽히는 코드를 위해 고민해왔다.
최근 1년이 묘하게 재미가 없었다. 왜 재미가 없었을까?
본질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앞으로 내가 기술적으로 성장한다는 건, 이렇게 '잘' 구현하기 위한 성장일 텐데, 나는 이 기술적인 것 자체보다 다른 것들에 더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뭐에 더 관심을 두는 사람일까?
생각 끝에, 나는 내가 쓴 코드가 서비스가 되어서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드는 것을 보는 것, 혹은 그러한 미래를 상상하면서 코드를 쓰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인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생각해보니, 최근 반 년은 대기업 개발 문화를 경험하면서 내가 서비스에 오너십을 가지고 개발하는 게 아닌, 탑다운으로 내려오는 의사결정에 의해 개발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동기부여를 다소 잃어갔던 것 같다.
그때부터 새로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자, 내가 관심이 있는 게 기술적 정수에 다다르는 것보다 비즈니스라면, 나는 어떤 비즈니스에 가슴이 뛰는 사람일까?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언제나 내 눈은 세계를 향해 있었다.
영어를 좋아했고, 외교관을 꿈꿨고, 국제중/국제고에서 공부하길 원했고, 해외 진학을 준비했고, 해외 진학이 무산되자 국내 대학 입학과 동시에 영국 교환학생 시험을 봐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여행을 좋아하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길 좋아하고, 그 안에서 내가 모르던 문화를 발견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내 지금의 삶과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줬던 고등학교의 motto, "Our Hearts In Korea, Our Eyes to the World"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래서 비즈니스도 세계를 향해있을 때 더 관심이 갔던 것 같다.
아이템 자체가 글로벌향이거나, 해외에 지사가 있거나, 국내에 지사가 있는 외국계 기업이거나, 등등.
조금 더 명확히 표현해보자면 외국계 기업이나 해외 이직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리고 큰 생각 없이 지금도 대기업에 다니고 있으니, 당연히 다음 회사도 빅테크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가지고 있었다.
자, 그럼 여기서 이런 고민이 생긴다.
1-3번 고민의 합집합은 없을까?
합집합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얼만큼의 리소스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애초에 내가 그만큼의 리소스를 투입해 합집합을 성취하고 싶어하는가?
그게 아니라면, 내가 얼마만큼까지 타협하면서 최대의 효용을 느낄 수 있을까?
이성적으로는, 3번을 깔끔하게 포기하면 된다.
빅테크를 포기하고, 작은 회사에서부터 로봇을 천천히 배워 올라가면 된다.
근데 욕심으로는, 빅테크가 주는 네임밸류와 함께 일하게 될 수 많은 능력있는 동료들을 포기할 수가 없다.
다른 조합으로는 지금 하던 업무를 살려 2, 3번을 택하는 거다. 국내외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가는 것.
아니면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글로벌 사업을 하는 팀을 찾아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으로써는 아무리 생각해도 둘 중 뭐가 나은 선택지일지 고르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회사에서 경험을 조금 더 쌓으면서 1-3번을 한 번에 만족시킬 선택지를 찾아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럼 지금은 뭘 할 수 있을까? 2025년에는 뭐에 집중해보면 좋을까?
1. 조지아텍 Computer Science 온라인 석사 과정을 준비해 robotics 수업을 들어본다.
2. 기회가 오면 언제든 잡을 수 있도록 코딩테스트는 항상 준비된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3. AI 로보틱스 분야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내가 진짜로 AI 로보틱스를 넥스트 커리어로 원하는게 맞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4. 밑져야 본전. 해외 빅테크 software engineer 오픈 포지션에 지원해본다. (내가 최근 수련하고 있는 주짓수 도장의 관장님이 항상 말씀하셨다. 스파링은 이기거나 배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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